2024년 1분기를 막 넘어서면서 변화의 속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OpenAI의 최신 기술인 Sora는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생생한 비디오를 만들어내고,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 의료 분야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노보노디스크는 기존 제품보다 두 배 효과적인 체중 조절제 아미크레틴을 시험 중이며, 임패리얼컬리지를 포함한 컨소시엄은 mRNA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그렇다면 10년 후인 2035년에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 베인앤컴퍼니는 소비자 습관 분석을 통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구 변화, 이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기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회적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서는 관습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개척자'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24에서 베인앤컴퍼니의 조엘 드 몬트골피어와 레아 존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8대 소비자 경제 미래상과 기업이 침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은퇴, 평생직장, 소비자와 판매자의 명확한 구분이 흐려지는 시대에서, 이 시류를 타고 나아갈 수 있는 이들만이 돋보일 것이다. 이 8가지 비전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우리는 전통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1. 개척자(Originator) 경제: 직업 교육의 새로운 기회
코로나19 이후로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긱 이코노미'가 일상화되었다. 기업들은 이들을 지원하는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베인앤컴퍼니의 연구에 따르면, 은퇴를 맞이한 경력자들이 다시 노동 시장에 복귀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약 1억 5000만 개의 일자리가 고령 근로자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업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 아이들이 커서 가질 직업의 65%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소비자가 생산자로 변모한지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신의 그래픽 디자인을 하거나, 3D 프린팅, 소셜 커머스를 통해 제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직접 할 수 있다. 영상을 제작하거나, 마케팅 카피문구를 만들고, 전략을 기획하는 것은 이제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직업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 경력을 재설계하거나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고, 기업은 사람들을 어떻게 재교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 재배치 경제(Rerouted Economy): 부동산과 의료 분야에서의 기회
경제적 변화, 기후변화, 인구동향, 유연근무 확산, 지정학적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집, 가족, 직장과 같은 전통적인 공간은 이제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경제적 기회를 찾아 선진국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12억 명이 집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또한, 주택 소유와 직장 패러다임의 변화도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Z세대를 중심으로 주택 소유율은 줄고 있으며, 화상 회의 솔루션의 발달로 직장에 대한 물리적 거리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유통 구조와 매장의 형태를 재설계하고, 만드는 제품의 타겟에 문화, 전통, 취향, 빈부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조엘 드 몬트골피어 베인앤컴퍼니 유통 및 소비자제품 부문 부사장은 "사람들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이동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리더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결정한 곳에서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가족의 재정의(Redefined Family)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전통적인 핵가족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구성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다양한 가족 모델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솔루션과 제품, 주택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베타는 다세대가 각자의 공간을 갖는 주택을 설계했다고 한다. 레아 존스는 기업들이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모든 가족 형태를 연결하는 행사 등을 개발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접근이 미래의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4. 그레이 파워(Billions Shades of Grey)가 온다: 세분화된 제론테크 시대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건강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60세 이상의 인구 구분이 세분화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주로 건강하게 활동적인 노년을 보내는 이들, 추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 그리고 어린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대상 교육 프로그램, 간병인 지원 시스템, 소셜 활동을 위한 앱 등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은퇴 연령을 늦추거나 은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은 최근 퇴직 연령을 상향 조정했으며, 기업들은 55세 이상 근로자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고령 근로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은퇴를 연기하고 있다. 경제적 요인 외에도 일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이는 기업과 사회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5. 시간 회복 경제: 일과 가사노동에서의 시간 절약 추구
현대인은 일상을 간소화하고 가치 있는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인의 40%가 여가 시간이 전혀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가정에서는 평균 22개의 디지털 장치가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하루 평균 144번 휴대폰을 확인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업무와 가사노동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 중단 또는 업무와 가사 노동의 자동화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 절반은 집안일과 일상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베인앤컴퍼니는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 구매, 청구서 지불, 승차 호출 등의 단순 업무 자동화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6. 슬로우 이코노미(The conscious and slow economy): 의식적이고 느린 경제로의 전환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보편화되고 있다. 고소득 국가에서 약 60%의 사람들이 기상 이변 등 환경 문제를 직접 경험함에 따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로 규제는 강화되고, 기술 발전은 대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돕고 있다. 소비재와 소매업체는 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재활용, 임대, 수리 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고 거래, 이웃과의 공유 및 교환, 지역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공동 재생 채소밭 등이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을 대표한다.
레아 존스는 기업들이 기존의 사업 모델을 재검토하고, 성공을 측정하는 새로운 비재무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느리지만 의식 있는 소비가 경제적,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7. 초인간(Superhuman) 경제: 건강의 재정의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정신, 영적, 재정 건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건강의 정의가 확장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면서, 기술을 통한 연결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외로움과 단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 인플루언서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의 근접성을 고려하는 주택 구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그린 처방’은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건강 추적기의 보급은 전통적인 의료 시스템과 신체 관리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 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재정적 건강 간의 상관관계는 재정 관리 비즈니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베인컴퍼니는 개인의 깊은 건강 지식 향상, 건강 모니터링 및 추적 도구의 발전, 새로운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건강 추구를 전 세계적으로 민주화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도덕적 의무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레아 존스는 강조했다.
8. 군중 속의 고독: 커뮤니티 사업의 기회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더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미국 청년들 중 약 30-50%가 외로움을 경험하며,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70%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4년 전 53%에서 크게 증가했다.
가족이 있어도, 많은 이들이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던 공공 장소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베인컴퍼니는 기업들이 커뮤니티 구축과 친목을 도모하는 새로운 방법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IHG 호텔은 이웃과 필수품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인공지능(AI)은 사람들이 만남 전에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는 연습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제시되었다. AI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여 사람들이 실제 만남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추세는 미래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몬트골피어 부사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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