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을 통해 뇌를 지배하라! 경험박스 (Experience Box)
일반적으로 뇌는 말과 행동을 통해 지배를 받는다. 뇌가 명령해서 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몸이 움직여야 뇌는 생각을 하고, 활성화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에 의해 사고하게 되는 “경험(Experience) 박스”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조련시키는 사례를 살펴보자. ‘맹수들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포유류 중 가장 큰 코끼리. 그는 작은 말뚝에 묶힌채 허공만을 쳐다보고 있다. 코끼리의 괴력으로 쉽게 뽑힐 듯한 말뚝이지만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코끼리는 왜 그러는 걸까?
미국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실험을 통해서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는 이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표현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박스에 전기충격장치를 설치하고 박스안의 개가 탈출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기적으로 가했다. 얼마 후 그 박스에 전기충격을 피해서 외부로 나가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탈출할 수 없는 박스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코끼리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새끼 때부터 말뚝에 매어져 훈련을 받았던 코끼리는 말뚝을 벗어나려고 시도할 때 마다 조련사에게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는 더 큰 말뚝에 묶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성인이 된 코끼리는 ‘이 말뚝은 탈출할 수 없는 것’ 이라는 학습된 무기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미 큰 말뚝을 쑥 뽑아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말뚝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사례는 한 광고캠페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롬의 한 지하철 역사. 많은 사람들은 늘 그래 왔듯 계단을 옆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편리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에게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게 만들어라!”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에스컬레이터를 고장 내거나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써야한다.
이것을 “넛지효과(Nudge Effect) - 어떤 결과를 강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은근하게 유도하는 행위 혹은 스스로 참여하므로 반감을 줄이고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 라고 부른다. 폭스바겐은 “넛지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펀(Fun)" 이라는 요소를 사용하였다. 친환경 엔진기술인 “블루모션(Blue Motion)”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던 그들은 “피아노 계단(Piano Stair)”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캠페인은 2010년 칸 광고제 사이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을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컸다. 그런데 의외로 방법은 간단했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의 패턴을 깨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다 잠든 야심한 밤 그들은 지하철 역사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었다. 밟으면 소리가 나도록 센서를 설치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이동하던 사람들이 바로 옆 계단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신기한 듯 몰려들었다. 그러고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사람들은 피아노를 연주하듯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전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66%나 늘었고, 건강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곳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지식을 경험에서 얻는다. 하지만 그 경험은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나쁜 습관을 갖게 한다. 늘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을 “안전지대(Comfort Zone)”라고 말한다. 단지 습관에 의해 직관적 사고만을 하게 되는 곳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곳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촉진 시키려면 조금은 낯설고, 불편하고, 다소 위험한 곳을 넘나들 필요가 있다. “창의지대 (Creative Zone)”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 시간, 생각을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도전”에 의해 생성된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전지대가 “경험 박스”를 만드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코칭 업계와 코치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치들은 코치이가 자신의 경험과 습관에 갇혀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익숙하고 안전한 '안전지대'에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통해 '창의지대'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둘째, 코칭 과정에서 코치이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넛지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강제나 압박이 아닌 자연스러운 동기부여와 즐거움을 통해 코치이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째, 코치 양성 과정에서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연한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론과 사례를 학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현장 경험과 실습을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개인과 조직의 적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경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코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치와 코칭 기업이 선제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코칭은 혁신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상진교수는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의 경영학자이다.
그는 통계학을 전공한 뒤 1997년 삼성SDS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그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2000년대 초반 삼성미술관에서 디지털 콘텐츠개발을 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그룹의 HR전문가로 성장해 갔다. 이후 제일기획에서 창의, 혁신의 분야에 매진하며 창의적 인재의 육성과 창의적 조직에 대한 전문 역량을 키워 나갔다. 약 19년간의 조직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국내 최초 경영전문대학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를 거처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인적자원경영 MBA과정 주임교수로 있으며, 강의와 KCI 등재논문이 41편으로 다양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통계학 전공을 기반으로 학교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그룹에서의 HR전문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의 리더와 조직구성원에게 필요한 역량에 관심이 많다. 제일기획에서의 창의, 혁신과 디지털 경험은 최근 기업에 화두인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경영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기업에 컨설팅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경영학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특별하다.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적 사고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중심으로한 직관적 사고를 즐겨한다. 지금까지 그의 저서로는 “아웃오브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AI 리더십” 등이 있다.
현재 그는 한국코치협회 명예코치, 해군발전자문위원회 HR혁신분과위원, 재단법인 한국스마트농업연구원 이사이자 교육 및 인큐베이팅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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