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의 아웃오브박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다만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았을 뿐이다“ 미래학자 윌리암 깁슨(William Gibson)의 말이다.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기술을 익숙하게 듣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수 많은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그들의 플렛폼을 통해 획득한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를 독점하고, 이것들을 활용해 기업의 지속성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바로 미래학자 윌리암 깁슨이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았다“는 표현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국가정보화전략 위원회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 분석하여 가치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생성된 지식을 바탕으로 능동적 대응을 하거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화 기술“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분석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과 ”생성된 지식을 바탕으로 능동적 대응을 하거나 변화를 예측“ 한다는 것이다. 그 범위를 살펴보면 정치, 사회, 경제, 과학 기술 등 전 영역에 걸쳐서 활용할 수 있고, 사회와 인류, 기업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와 창의성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AI 알고리즘의 진화는 빅데이터 분석을 쉽고 빠르게 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사고의 한계가 빅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정보이고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얻고 싶은 데이터를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고의 한계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창의적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
둘째, 이 데이터에서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추출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었느냐?
셋째,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인사이트를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기업 내 조직문화, 보상시스템,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을 말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자체를 분석할 수 있는 인력과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하는 것일까?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창의성이 없는 데이터 분석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이 창의성의 원천인 이유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그 범위나 영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은 창의적인 가설로 승부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인사이트이며, 기업을 지속성장 시킬 아이디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뉴욕관광청은 2022년 연간 방문객을 5,640만명 이라고 발표했다. 만약에 우리가 뉴욕에서 관광객들에게 상품을 제작해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들에게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떤 가설을 설정해야 할까?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뉴욕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나, 음식점, 가장 많이 구입하는 상품, 지출비용 등과 인종, 연령, 성별 등을 조사해 상관관계 분석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상품을 개발해 기존 상품과 레드오션에서 경쟁하지 않을까? 아마도 주요 관광지 사진, 열쇠고리, 엽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상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가설을 조금 엉뚱하게 만든다면 결과는 어떻게 변할까? ”사람들은 왜 뉴욕에 오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이렇게 창의적인 데이터 분석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Garbage of New York City”라는 쓰레기 기념품이다. 시작은 저스틴 기넥스(Justine Gignac)라는 젊은 아티스트의 엉뚱한 가설이었다.
뉴욕과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보고 유독 눈에 들어왔던 키워드가 “I Love New York”이 새겨진 기념품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던 뉴스였다. 늘 시끄럽고 냄새나는 거리에 365일 북적이는 관광객! 사람들은 왜 뉴욕에 오는 것일까? 를 생각하던 그는, 사람들은 뉴욕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에서의 추억과 이야기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방문객들은 영화속에 등장하는 뉴욕커들의 삶을 동경했고, 그들이 거닐고, 먹고, 마시는 일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여행을 마치고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쓰레기 기념품은 투명한 플라스틱 큐브에 누군가 길가에 버린 찌그러진 스타벅스 컵, 메트로 카드, 브로드웨이 공연티켓, 영수증, 사탕봉지 등은 뉴욕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뉴욕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특별한 쓰레기 기념품은 사람들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게 인식된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것을 원할수록 엉뚱하고 창의적으로 가설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사고의 한계를 깰 수 있는 아웃오브박스를 해야 한다. 사고의 아웃오브박스는 데이터로부터 가설 검증에 필요한 창의적인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시대 사고의 한계는 분석의 한계를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치들은 빅데이터 시대에 맞는 창의적 사고와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인식과 관점을 확장하고 유연성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코칭 니즈를 발굴하고 혁신적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코칭 기업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를 창의적인 코칭 서비스 개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 확보와 함께 조직 내 자유로운 아이디어 공유와 실험을 장려하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코칭 업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빅데이터와 창의성의 융합이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맞춤형 코칭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데이터 활용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과 연구에 힘써야 한다.
오상진교수는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의 경영학자이다.
그는 통계학을 전공한 뒤 1997년 삼성SDS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그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2000년대 초반 삼성미술관에서 디지털 콘텐츠개발을 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그룹의 HR전문가로 성장해 갔다. 이후 제일기획에서 창의, 혁신의 분야에 매진하며 창의적 인재의 육성과 창의적 조직에 대한 전문 역량을 키워 나갔다. 약 19년간의 조직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국내 최초 경영전문대학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를 거처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인적자원경영 MBA과정 주임교수로 있으며, 강의와 KCI 등재논문이 41편으로 다양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통계학 전공을 기반으로 학교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그룹에서의 HR전문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의 리더와 조직구성원에게 필요한 역량에 관심이 많다. 제일기획에서의 창의, 혁신과 디지털 경험은 최근 기업에 화두인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경영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기업에 컨설팅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경영학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특별하다.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적 사고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중심으로한 직관적 사고를 즐겨한다. 지금까지 그의 저서로는 “아웃오브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AI 리더십” 등이 있다.
현재 그는 한국코치협회 명예코치, 해군발전자문위원회 HR혁신분과위원, 재단법인 한국스마트농업연구원 이사이자 교육 및 인큐베이팅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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