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교수의 AI 리더십] 창조적 모방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코칭신문 승인 2024.04.18 02:25 의견 0

라파엘로 : 'Disputa', 1509-1510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나 하버드 경영대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당대 혁신 이론으로 극찬을 받았던 개념들이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는 더 이상 급진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졌다. 바로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덫(Innovation Trap)”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창조적 모방가들은 어떤 전략으로 최고의 혁신가가 될 수 있었을까? 최고를 찾아 그들을 철저히 모방했고, 남들과 차별화된 의외의 것을 모방했으며, 자신의 장점과 결합시켜 또 다른 창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결국 진정한 고수는 남의 것을 베끼고, 하수는 자기의 것을 쥐어 짠다. 그 결과 고수는 창조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하수는 씁쓸한 패배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방이 가장 탁월한 창조의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방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이 필요할까?

첫째, 모방하려는 적절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하면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데 이들과 3대 거장으로 거론되는 화가가 있다. 바로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다.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재 예술가와는 좀 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시대 3대 거장이 되었을까? 당시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 회화, 건축, 과학, 수학 등 다방면에 걸친 천재들 이었다. 하지만 라파엘로의 단지 회화 분야에만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전형적인 “창조적 모방가”였기 때문이다. 당시 최고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모방하기 위해 피렌체로 가서 4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두 천재 화가의 구도와 기법을 창조적으로 모방해 자신만의 화법을 만든 것이다.

월마트는 당시 세계 최고의 유통회사 까르푸의 대형 할인매장 하이퍼마켓(Hypermart)을 모방해 리테일의 최강자가 되었고, 온라인 이커머스의 세계 최고기업인 아마존을 모방해 옴니채널의 최강자가 되었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Xiaomi)”는 애플을 모방해 중국 최고의 IT 기업을 성장했다.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의 옷차림과 걸음걸이 행동까지 모방해 빈축을 샀던 샤오미지만, 자신들은 “전복형 이노베이션(Disruptive Innovation)”을 했다고 주장한다. 바로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가져오기 위해서 취한 행동이란 것이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2024년 상용화된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그들은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인 베이징 딥모션을 약 7,740만 달러에 인수한 후 베이징 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모방으로 시작했다. 전기차 플랫폼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라파엘로나 샘월튼, 레이쥔은 단순히 모방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모방과 동시에 최고의 창조 전략을 사용했다.

라파엘로는 회화분야를 특화시켜 차별화를 만들어 냈고, 샘월튼은 바코드 기술과 데이터 분석, IT 기술을 통해 물류혁명을 만들어 냈다. 샤오미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가장 가성비가 높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낸 것이다. 최고를 모방하여 최고가 된 이들의 전략을 주목해 볼만 하다.

둘째, 남들과 차별화된 의외의 것을 모방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현재 속한 산업과 전혀 다른 영역에서 모방 대상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대상은 전략적으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철저하게 모방해서 성공한 짐보관서비스 시티스테이셔는 단순히 짐을 보관해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싸게, 더 안전하게, 더 신뢰가 가는 짐보관 서비스를 위해 교통이 편리한 상점들을 선별했다. 물론 가격은 일반 짐 보관 서비스에 비해 절반 가격으로 책정했다. 고객들에게 짐 분실에 대한 신뢰를 주기위해 잠금장치와 CCTV를 확인했고, 위치추적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다. 그리고 짐 보관장소의 별점을 이용고객들이 직접 하도록 하여 이용객들의 신뢰를 공고히 한 것이다.

최근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아마존과 월마트도 차별화된 모방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들에게 음식 배달을 무료로 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내 4,000개 이상의 도시에 32만 이상의 레스토랑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그럽허브(GrubHub)와 MOU를 맺고 외식비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해 배달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은 식료품의 무료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무료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월마트 역시 치솟는 유류대를 의식해 월마트플러스 가입자들에게 주유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대도시 가입자들에게 식료품을 당일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대도시의 식료품배송의 최강자 인스타카트(Instacart)와 MOU를 맺고 당일 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이 밖에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회사 도요타자동차는 필요한 양만큼을 생산하는 ”Just in time 생산방식“을 1950년 미국의 슈퍼마켓 시스템에서 모방해 왔고, 적자에 시달리던 닛산자동차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리바이벌 플랜“도 미국 GE의 ”식스시그마“를 모방해서 성공한 케이스이다. 소셜미디어와 게임을 주 사업으로 하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Tencent)”는 남들과 차별화된 창조적 모방이 텐센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CEO “마화텅”은 “우리의 성공비결은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남들과 차별화된 모방의 기술이다.

셋째, 모방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모방은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설계도 대로 찍어내는 장비가 아니다.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이 그들이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로 변형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정과정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마케팅 전문가 마크 얼스(Mark Earls)는 “최초가 아니라 최고가 되어라”라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겠다는 생각에 매달려 제자리에서 맴돌지 말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영리하게 모방하고 발전시키라고 한다. 영리한 모방은 원조를 넘어서는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방을 통해 상대방의 장점을 채용하고, 약점을 보완하여 경쟁상대를 이기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리한 모방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로 만들기 위해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20세기 최고의 천재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그의 천재성은 끊임없는 모방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평생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따라 그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그림이 1656년 벨라스케스가 완성한 ”시녀들“ 이다. 그의 모방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계속 되었는데, 마네, 쿠르베, 엘그레코, 들라크루아 같은 거장의 작품들을 리메이크 했다고 한다. 피카소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모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모방은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 그림을 모방하면서 그들의 화풍, 구조, 색감 등 필요한 지식들을 익혔다고 한다.

두 번째는 모방을 습관화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저급한 자는 베끼고, 위대한 자는 훔친다“라는 표현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창의적 활동이란 타인의 결과를 끊임없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모방의 반복을 통해 대상의 원리와 작동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결국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과 벨라스케스의 시녀를 창조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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